오아르미술관 미디어 전시실은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아티스트 듀오 문경원 & 전준호의 설치작품 〈팬텀 가든 III〉(2024)와 〈불 피우기_이것이 나로구나〉(2024)를 소개한다. 두 작품은 인류 중심적으로 기록되어 온 지구의 역사를 비인간의 시선에서 재구성하며, 인류가 직면한 기후변화와 환경 위기를 성찰한다.
〈팬텀 가든 III〉는 인류 멸종 이후의 지구를 상상하며, 새로운 생명체가 과거 인류의 흔적과 식물의 세계를 추적하는 가상의 설정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생명 소멸 이후 AI가 고고학자처럼 식물을 조사·복원하는 과정을 추상적 영상으로 구현했다. LED 패널에 투사된 이미지는 식물과 꽃의 유전 코드를 인공지능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균류의 포자나 우주의 성단을 떠올리게 한다.
〈불 피우기_이것이 나로구나〉는 마그마가 바위로 응고되고, 다시 작은 돌로 풍화되는 과정을 통해 지구의 시간과 변화를 상징한다. 제목은 잭 런던의 소설에서 가져왔으나 줄거리와는 무관하며, 대신 불의 상징성에 주목한다. 불은 인류 문명의 출발점이자 자연과 다른 길을 걷게 한 결정적 계기로, 작품은 이를 통해 문명의 기원을 되돌아본다.
두 작품은 식물과 돌이라는 상징을 통해 인류가 자연 속에서 차지한 위치를 되묻고, 인간 중심적 서사를 넘어선 생태적·문명적 성찰의 장을 마련한다.
문경원 & 전준호는 2009년 결성된 아티스트 듀오로, 예술과 사회의 관계, 인간 실존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탐구해왔다. 장기 프로젝트 〈미지에서 온 소식〉으로 2012년 도쿠멘타,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에 참여하며 국제적 주목을 받았고, 광주비엔날레 눈예술상과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테이트 리버풀, 스위스 미그로스 현대미술관, MMCA 현대차 시리즈, 아트선재센터, 21세기 미술관 등 세계 주요 기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